▲ 일하는2030 박승하 대표.

내우는 결국 외환을 부르는 모양이다. 6월 16일 북한이 단행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판문점선언 각 항목을 차례로 파기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내 보기에 이는 신뢰의 실질적 붕괴를 의미한다.

북은 4.27공동선언에서 천명한 비핵화를 위해 ‘주동적인 조치’와 함께 ‘책임과 역할’을 3년째 이행하고 있지만, 그 기간 내내 한국 정부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배신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선언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다음 영역은 당연히 군사행동이다. 이미 북에서는 사전에 이를 공표했다.

표면적인 남북관계 경색의 도화선인 전단지 살포 관련 내용은 선언 속에서 엄연한 군사영역의 합의였다. 이게 깨졌다.

결과적으로 2018년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를 만든다는 중대한 군사 합의 역시 남쪽에서 파기한 셈이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것이 그저 북의 강경 빌미에 불과하다며, 제재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울고 싶은데 뺨을 쳐주네 마네 어쩌고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엄연한 국제관계이고 약속은 약속이다.

이제 양국 모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한 좋은 흐름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 위하여 함께 노력한다’는 판문점 선언을 위반했다.

정부는 작용과 반작용의 연쇄에서만 답을 구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정부의 조건반사 같은 대응을 보자면, 여전히 위기관리를 누군가 대리할 수 있다는 안일함이 굉장히 노골적이라 어딘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공동선언의 선제 파기에 답변하는 연락소 폭파의 무게를, 미국 지휘봉에 내다버린 3년의 맥락 밖에서 찾는다면 이 실타래는 결코 풀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이미 스스로 해법을 제시했다.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대부분의 교류 협력을 형식적 대화에만 가둬놓은 우행이 반복된다면 이제는 그야말로 파경이다. 그는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이 국면에서만큼은 미국의 입김을 철저히 차단하고 대화하라. 늘 그렇지만 특히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도움이 된 사례 자체가 전무하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 제1 목표는 항상 갈등의 현상 유지다. 국내 정치에 북한을 이용해 온 트럼프 정권의 교활한 저울질에서 당장 발을 빼야 한다.

아울러 외교적 결정을 백악관과 펜타곤에 멋대로 위임하는 오판을 거듭한 관료들의 손과 입을 봉하고, 정세 판단 능력을 지닌 팀을 따로 구성해 대통령 결단에 따른 방향을 세우고 소통에 나서야 한다.

어쩌면 지금의 상황은 70년 분단 냉전의 질적 변화가 끌어낸 또 다른 국면일 수 있다. 위기에는 늘 기회가 따른다. 남북 자주의 원칙 위에서 변화를 도모해야 기회를 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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