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원주민편익시설 희망샘도서관은 22일(금) 저녁 2023 인문학산책 ‘도시, 모든 생명이 공존할 권리’의 마지막 시간을 토론회 <우리 손으로 바꾸는 도시>로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는 영화동 어린이공원, 행궁동 생태교통, 고색동 수인선 사례 중심으로 수원에서 시민의 노력으로 도시를 가꾸고 만들고 지켜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시민참여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시민 20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Q천석 인문학기획단원은 “이번 인문학산책은 도시에서 자연을 포함한 존재들이 기후위기 시대에 온전하게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희망샘도서관에서는 2023년 주민모임을 통해 고색동 일원에서 진행 중인 그린도시 사업에 관해 공부하고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 도시공간에서의 지속 가능한 삶에 관심을 가지고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왔다”라며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첫 번째 발표로 ‘도시변화의 힘 : 수인선 지하화 이야기’를 김이중 고색동청년회장이 시작했다. 고색동의 수인선 지하화를 추진할 당시 중심이 되어 활동했던 김이중 고색동 청년회장은 당초 지상으로 계획되었던 수인선 2공구가 지하화로 결정되게 된 과정에서 이루어진 주민들의 노력을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59명의 주민들이 256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1인 시위를 했고, 지하화 소요 예산을 뽑기 위해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공부하고 자료를 축적한 결과, 담당 공무원이 청년회 사무실로 출근할 정도가 되었다고 했다.

김 회장은 당시 활동했던 주민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함께 고생했지만 지하화 결정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이 계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누가 시키거나 이익을 바라서가 아니라 마을에 대한 애정으로 한 일인데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이런 얘기를 할 자리가 없었는데 그 가치를 지금이라도 누군가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토론회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했다.

발표를 마치며 사회에 바꾸고 싶은 게 있다면 시민이 의견을 표현해야 하고 국가 행정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는 전체 진행을 맡은 수원환경운동연합 이인신 사무국장과 영화동어린이공원주민대책위 정종석 위원장이 대화 형식으로 영화동 어린이 공원에 주차장 건립 계획을 반대하는 활동의 과정을 들려주었다.

정 위원장은 수원에 산 지는 60년이고 그중 영화동에서는 30년째 거주하고 있다. 처음 수원으로 이사하면서 동네가 깨끗하고 조용하고 앞에 큰 공원이 있어서 아파트가 아닌 빌라이지만 이곳에 뿌리를 박고 살자는 마음으로 영화동으로 거주지를 정했다. “사시사철 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공원이 있는 동네에 애정이 많은데, 거기에 어느 날 주차장을 짓는다고 해서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라며 새벽에 운동하러 나간 아내에게 공사차량이 공원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당혹감을 표했다.

주차장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영화동 어린이공원은 사방이 5층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 주거 밀집지이고 길도 일방통행이다. 노인보호구역, 어린이 보호구역이며 150~200미터 안에 유아원, 유치원이 6개 있어 주차장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고 여긴 정 위원장은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정 위원장은 새로운 주차장을 짓는 대신 근처에 있는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며 주차장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현재는 주차장 조성 사업이 중단되었고 대안을 검토 중이라는 수원시의 공문을 받은 상태이다.

마지막 발표로 김광원 행궁동주민자치회 사무국장의 ‘우리 손으로 바꾸는 마을 : 행궁동은 걸어서’가 이어졌다. 2013년 9월 한 달간 신풍, 장안동 지역에서 차 없는 마을(생태교통마을) 행사로 인해 지금의 행궁동은 카페거리가 되었다. 2016년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관광객이 증가하고 상업 공간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2013년 페스티벌 이후 10년간 행궁동은 급격하게 변해 상업화, 노령화되었고 임대료는 2~3배 오르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되었다. 쓰레기, 소음으로 인한 거주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관광객의 증가는 교통체증으로 이어져 아이러니하게도 생태교통을 추진했던 동네에 지하주차장을 짓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편 페스티벌을 계기로 주민 봉사대가 꾸려지고 교육받은 주민들이 다양한 활동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김 사무국장은 마을의 비전을 주민들이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비전모임을 시작해 ‘교통’의 관점을 벗어나 ‘걷기 좋은 마을’에 초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2024년에는 차없는거리 지정뿐 아니라 자동차의 속도를 20Km로 제한하고 골목길은 일방통행을 만들어보자고 주민자치회에서 의결했다. “걷기 좋은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의 삶을 같이 바꿔야 한다. 주민들이 삶을 성찰하고 환경과 연결해서 동네를 바라봐야 한다. 비전모임을 확대해서 이런 고민을 풀어나가겠다.”고 전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행궁동은 걸어서>라는 마을잡지를 제작한 행궁동의 노영란 활동가는 책 제작 과정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소감으로 “행궁동 주민들은 한 달 동안 차 없이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찬성과 반대라는 입장에 상관없이 주민들의 자부심이 크다. 성공의 경험이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전체 진행을 맡았던 이인신 사무국장은 “행궁동 주민과 그린도시 주민기획단이 간담회를 가져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도시를 향유 할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도시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얘기하는 것이다. 세 분 모두 커뮤니티에 애정이 묻어나는 발제를 해주셨다. 애정없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준 희망샘도서관과 발제를 해주신 세 분께 박수를 보낸다.”며 토론회를 마쳤다.

인문학기획단 Q천석은 “지난 <생태인문도시 수원> 포럼에서도 수원의 다양한 활동들이 연결되어 만났던 경험이 복되었고 가치가 있었는데 이번 토론회에서 세 가지 사례를 들으니 이후 고색동 일대의 그린도시 사업에서 펼쳐질 이야기도 기대된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인문학기획단 모임이 이어지니 한 번씩 오셔서 함께 하시면 좋겠다”고 마무리를 했다.

문의: 희망샘도서관(☎031-291-69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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